안녕하세요~~~!!
매우 오랜만에 Ba가 돌아왔습니다. 사실 글 쓸게 무지하게 많이 쌓였지만, 정말로 결혼해 버린 까닭에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게 되었지요.
글감 목록은 메모장에 적어놓고 하나씩 지우면서 까먹지 않고 모두 적고 있답니다 ㅎㅎ

10월 중순에는 결혼식을 했고, 신혼여행에서 즐겁게 돌아오고 나니 어느덧 11월이었어요. 그리고 너무 재밌게 놀았던 터라 감기에 걸려서 감기에서 골골대다 보니 어느새 11월도 거의 저물어 가네요 ㅎㅎ. 결혼식 전후로 정말 많은 물건 구매(자동차!)와 많은 일들이 있었고 천천히... 나중에 언젠가는 다 업로드하려고요 ㅎㅎ.
처음에 청첩장 봉인을 실링왁스로 한다고 할 때, 재미있겠다.. 뭐 하루면 다 끝낼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을 찾아가서 혼내주고 싶었습니다. 네.. 거의 3주에 걸친 대작업이었고, 막바지 단계에서는 3일 내내 실링왁스를 공장마냥 찍어냈어요. 일어나서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둘이서 TV를 보면서 도장만 찍었더랬죠...
사실 작업자체는 인내심이 많이 필요할 뿐 크게 어렵지는 않았는데요. 문제는 이때가 여름이었다는 점과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에어컨을 틀고 작업할 수 없었다는 점이에요 ㅠㅠ. 에어컨을 틀고 작업하게 되면 온도가 급격하게 냉각되서 스푼에 왁스가 떨어지자마자 금방 굳어버리는 터라 예쁜 모양을 낼 수 없어요 ㅠㅠ. 그래서 사우나에 다녀온 것처럼 둘 다 땀에 쩔어서 하루에 샤워를 3번은 한 것 같네요.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 사실 글루건으로 하는 쉬운 방법도 있었는데요. 250개 정도를 제작할 거라 이게 그렇게 많은 거라고 생각을 안 했었어요... 그래도 특유의 마블링과 다양한 색감은 전통적인 방식의 녹이는 실링왁스로만 가능하니까 만약 하실꺼라면 이 방식으로 하는게 가장 예쁘긴 합니다..!
제조업 종사자답게, 초기 Pliot 생산에서는 생산 노하우를 얻고, 많이 실패도 했으며... 생산 Process 최적화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는데요. 실제 반도체 생산과 많은 결에서 닮아있었습니다.
1. 설비도 오래 안 쓰다가 새로 가동하면 시험 가동을 통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줘야 하는데요.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첨에 촛불을 켜면 스푼이 오랫동안 달궈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새를 참지 못하면 덜 녹은 것을 찍게 돼서 모양이 찌그러지고 못생겨지게 됩니다.
2. 두 번째로는 너무 오래 달구면 기포가 많이 생겨서 노답이 되는데요... 열이 너무 많이 가해져도 양품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ㅠㅠ 적당히 녹으면 스탬프로 찍어줘야 합니다.
3. 마지막으로는 적당한 온도로 실링왁스 받침대를 냉각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왁스가 다 굳을 때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휘어짐, 틀어짐이 발생하게 돼서 봉투에 붙이기 어렵습니다 ㅠㅠ
그래서 나름의 SOP를 만들어서 나중에는 기계처럼 찍어냈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20~30% 수율이었던 것 같아요. 10개 찍은 것 중의 대부분을 다 폐기해 버렸는데(도저히 다른 분께 청첩장이라고 드릴 수 없었기 때문), 나중에는 90% 이상의 수율로 일정한 시간당 한 개씩 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또 어려운 것이 색깔별로 특성이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 밝은색 계열이나 보라색 계열은 빨리 녹는대신 기포가 좀 더 잘 생기는 것 같았고요. 상대적으로 짙은 색 계열은 이런 것이 좀 덜했습니다. 그리고 '마블링'색상과 마블링 아닌 것 사이에도 왁스마다 특성이 달라서 최적점을 노하우로 습득하는데 꽤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나중에는 도사가 돼서 롤 경기보면서도 작업할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작업에만 집중해도 불량품만 찍어냈습니다...
저희는 청첩장도 '프레스' 방식으로 만들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남았지만 마진이 없게 주문했기 때문에 실링왁스를 봉투에 직접 하지 않았어요. 만약 관심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실링왁스 스탬프를 미리 만들어두고, 양면테이프를 이용해서 스티커처럼 만드는 방식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공수는 2배로 들지만 대신 불량품을 스크린 할 수 있고, 청첩장 배송 전에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ㅎㅎㅎ.
그다음으로는 청첩장에 인쇄해서 넣을 안내지를 직접 만들어봤는데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저희가 너무 변태처럼 꼼꼼하게 준비한 듯합니다. 청첩장도 구성품이 너무 많았던 것 같고, 사실 안내지는 필요 없지 않았나 싶긴 했어요.... ㅎㅎㅎ 친구집 가서 프린트하고 하나하나 칼로 다 잘라서 봉투에 넣는 것도 꽤나 작업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것 역시 하루 저녁(5시간)은 꼬박 한 것 같네요.
그 이후 청첩장 배송된 것을 받아서 봉투에 하나씩 넣는 작업을 했습니다. Bo랑 분업해서 Bo는 봉투에 넣기.. 저는 실링왁스 스티커를 만들기 나중에 한꺼번에 부착하는 건 동시에 진행해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사실 청첩장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둔 까닭에 이때쯤부터 슬슬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ㅎㅎㅎㅎ. 또 이때쯤 모바일 청첩장도 미리 제작 의뢰를 시작했기 때문에 매우 매우 바쁜 나날이었어요. 퇴근하고 나서나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ㅠㅠ.
사실 하고 나면 의미도 있고, 좋긴 한데요... 많은 분들께 추천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찐친 20-30명한테만 하신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희는 사실 부모님 지인분들 드릴 것까지 모두 이런 식으로 제작했거든요. 이런식으로 하니까 매우매우 결혼의 난이도가 올라갔었습니다. 요새 왜 결혼을 덜 하는지 이때는 알 수 있었어요 ㅎㅎ. 다 하고 나서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ㅋㅋㅋ 하고 나면 매우 의미도 있고 보람차긴 합니다. 확실히 성의 있어 보이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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